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
윤석구/ 경제학 박사, 조선대학교 대외협력 외래교수
약 200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합주단과 합창단이 어우러져 공연하는 동안 44년 전 필자가 금남로에 서 있었던 그 느낌이 그대로 다가왔다. 아울러 서방 하숙집 근처 우산동 파출소를 하숙집 학생들이랑 쳐들어갔던 모습도 투영되었으며, 약혼한 처가 앞에 작은 슈퍼는 광주가 고립된 5월 21일부터 26일까지 정상 운영되었고, 아이스크림을 사재기한 집이 한집도 없이 평온했던 장면도 스치고 지나갔다. 필자는 5월 21일부터 26일까지 6일 동안 매일 걸어서 금남로로 나갔고, 시민들과 함께 돌아가신 시신을 앞에 두고 노래를 합창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돌아가신 열사들 앞에 초라한 내 모습이 생각되어 부끄러웠다.
공연된 교성곡은 필자의 국어 선생님으로서 가르침을 주셨던 문병란 시인의 5.18 관련 시에, 김성훈 작곡가가 합창과 관현악 반주를 붙여 만든 서곡을 비롯해 모두 14곡으로 구성되었다. 그 중 두 번째 곡은 소년의 노래(저는 그냥 죽었어요)였는데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노래하는 모습에서 그 당시 군대의 위력 앞에 힘없었던 시민들의 모습 같았고 “우리 엄니가 우시네요”라는 노랫말에 관객들의 마음은 눈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았다.
여섯 번째 곡으로 나온 전라도 뻐꾸기에서 흘러나오는 “이 산에서 뻐꾹 저 산에서 뻐꾹 전라도 뻐꾸기만 피를 토한다 뻐꾸기야 뻐꾸기야 울다가 울다가 기진한 전라도 뻐꾸기야”를 듣는 순간 왜 광주였던가? 왜 전라도 뻐꾸기였던가? 물음표를 던지면서 뻐꾸기만도 못했던 나의 초라한 모습을 민낯으로 보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아직도 5.18이 전라도에서만 피를 토하는 기념일로 기억되고 전국화가 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오라토리오가 서울에서 부산에서 대구에서 인천에서 대전에서 공연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보았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수많은 나라 중에 경제적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는 이스라엘과 대한민국 뿐이다. 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꽃핀 나라는 우리나라가 가장 모범 국가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3.15 부정선거로 촉발되었던 4.19 혁명을 밑거름으로 민주화를 위한 투쟁은 수없이 전개되었고, 5.18을 통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5.18은 단순한 민주화 투쟁을 넘어서 군사정부가 “시민폭도”라고 시민을 넣어서 표현했듯이 “시민혁명”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제8곡 “아아 광주여 5월이여 그 날의 일체감이여”이란 노랫말에서 그 당시 매일 현장에 있었던 필자는 광주시민이었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했다.
“아아 광주여 5월이여/ 그날의 일체감이여/ 우리는 그날/ 총칼 아래서도 하나였다/ 사나운 몸뚱이 모진 군화발 밑에서도/ 똘똘 뭉쳐 단단한 쇳덩어리였다/ 젊은이와 늙은이가/ 여자와 남자가/ 거지와 넝마주이/ 사람이란 사람 모두가/ 광주란 이름으로 하나였다” 도둑이나 범죄가 한 건도 없이 시민들이 이뤄낸 일체감은 세계 역사에 없었던 사건이었다.
마지막 14곡에서 나오는 기도 소리 “빛이여 빛이여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 빛고을이여/ 7천만 개의 만세가 하나 되어 꽃으로 피고/ 빛과 빛이 모여 새날의 큰 빛이 되는/ 광주 무등산 밑 빛고을 금남로 위에 가서/ 민족 통일의 찬란한 노래로 넘치게 하소서/ 7천만 개의 사랑으로 충만케 하소서!!”는 청중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간직되고,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울려퍼지며, 민주화를 추구하는 모든 나라 모든 시민들의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면서 5.18은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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