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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시) 시와 함께하는 주말 , 담쟁이덩굴 - 김수현

창작시 하나

김수현 기자 | 기사입력 2024/02/24 [17:01]

(단편시) 시와 함께하는 주말 , 담쟁이덩굴 - 김수현

창작시 하나
김수현 기자 | 입력 : 2024/02/24 [17:01]

 

▲ 사진출처 : 나무위키  © 시사월드뉴스



담쟁이덩굴

 

올려다볼 수도 없는 거대한 담장을

높이를 가늠하지 않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담쟁이는 걷는다

혼자라면 시작하지 않았을, 첫걸음

떼지 못했을 기약 없는 여정

연갈색 힘줄 터질 만큼 덩굴손 꽉 움켜잡고

줄기 끼리끼리 한데 어우러져

어깨동무 벋음새로 먼 길 나선다

 

거칠고 딱딱한 시린 현실의 벽 타고

국가중요시설이라 더 높고 견고한 담벼락에

자근자근 첫길 내며

손과 발이 지치면 온몸으로 착

달라붙어 기고 또 기어 오른다  

가다가 뒤처진 줄기는 앞선 줄기가 손 내밀어

끌어주고, 앞 줄기 힘에 부치면

뒤따르는 줄기가 힘껏 밀어주고

 

높다란 담장 끝에 서서

어디로 갈까 망설이는 담쟁이들

지나온 자리마다 덩굴손의 빨판으로

단단히 갈무리해 두고

바로 앞에 놓인 마지막 장애물, 철조망

한없이 부드러운 손바닥으로

살살 어루만지며

잔바람에 어우렁더우렁 춤춘다

 

피 끓는 심장 닮은 담쟁이의 이파리들

날카로운 현실의 가시철조망, 차디찬

단절의 아픔까지 뜨겁게 보듬고

쉼 없이 오르고 또 오른다고

하늘까지야 닿을 수 있겠는가만,

노랑나비 머물다 간 자리의 여운 만큼

손길 발길 머뭇거리다가

옆 知己之友 뻗는 힘에

道伴되어 덩굴로 또 함께

가야 할 그 길

다시 힘내어 쭉쭉 내일로 치벋는

오월 마지막 날의 푸른 담쟁이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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