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 1958’의 차원이 다른 디테일과 완성도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기획 MBC 장재훈, 홍석우/연출 김성훈/극본 김영신/크리에이터 박재범/제작 ㈜바른손스튜디오)이 새로운 사건과 휘몰아치는 전개 속, 박영한(이제훈 분)과 수사 1반 형사들의 유쾌하고 통쾌한 활약으로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시대적 배경이 1958년에서 1961년으로 접어들며 반환점을 돈 가운데, 새로운 서장으로 부임한 백도석(김민재 분)의 등장은 심상치 않은 변화를 예고했다.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을 유발하며 시청자들을 더욱 빠져들게 했다.
무엇보다 50년대 말, 60년대 초 ‘그때 그 시절’의 감성과 분위기를 완벽 구현하며 찬사를 이끌었다. 탄탄한 스토리에 화려한 볼거리까지 더하며 ‘레트로 휴먼 수사극’의 묘미를 극대화했다. 여기에는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의 남다른 노력이 숨어있다. 특히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에 참여한 소성현 미술감독(이하 ‘소 감독’)의 첫 드라마 작업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이처럼 웰메이드에 방점을 찍은 그가 시청자들을 위한 제작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먼저, ‘수사반장 1958’을 통해 첫 드라마 작업에 나선 소 감독은 “이번 작업은 제 관점을 더욱 넓게 확장 시켜 주었다. 저를 믿고 중요한 미술을 맡겨주신 김성훈 감독님과 웃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수준급 결과물을 내준 미술팀, 소품팀, 세트팀, 작화팀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첫 회부터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비주얼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는 “50, 60년대를 가득 채우고 지금은 사라진 한 시대의 ‘분위기’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떤 요소들이 모여 시대의 정서가 만들어졌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분류해서 하나하나 디자인해 나갔다”라며 “지금(현대)의 디자인적 시각이 개입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 당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구현하려 했고, 이를 ‘수사반장 1958’에 맞춰 변형하고 색을 결정했다”라고 연출 주안점을 설명했다.
앞서 김성훈 감독이 고증의 어려움을 밝혔는데, 이에 대해 소 감독은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수많은 사진을 반복해서 봤다. 60년대 이전의 사진에서는 시대가 발전해 온 단서를 찾을 수 있었고, 60년대 이후의 사진에서는 시대가 머물러 있는 경계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양식, 재료, 소품 등의 사용 가능 여부를 분별하는 기준에 활용했다”라며 국내 1세대 광고사진가로 알려진 한영수 사진가의 작품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오발탄’ ‘마부’ ‘워커힐에서 만납시다’ 등 고전 영화들도 참고했다. 당시의 시대 상황과 서민의 삶을 이해하는 의미도 있지만, 공간감을 이해하는 데 많이 활용했다”라고 밝힌 소 감독은 “한 팀원의 아버님이 현역 경찰관이셨는데, 그분의 소개로 당시 경찰로 근무하셨던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행운을 얻었다. 종남 경찰서 내의 유치장은 그분의 이야기를 참고하여 디자인했다”라고 기억에 남는 인터뷰를 전하기도 했다.
흑백으로 기록된 자료들은 ‘수사반장 1958’만의 색감으로 다시 구현해야 했다. ‘저 이미지가 컬러로 바뀌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라는 김성훈 감독의 이야기에 외국 사진가 프레드 헤르조그의 작품들을 참고했다. “50년대 아메리카의 컬러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6.25 전쟁 이후 들어온 서구 문화를 고려하면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마음에 들어 하셨고 채도를 높이고 명도를 낮추는 것으로 방향을 결정했다. 드라마의 전반적인 색감, 특히 종남 경찰서 내부에 칠해진 파란색은 그렇게 결정됐다”라고 밝혔다.
극의 주요 공간인 종남 경찰서 내부 세트, 외경과 거리 오픈 세트는 소 감독이 가장 공들인 부분이라고.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경찰서 내외부가 안정된 이미지로 안착되면, 그 힘으로 전체 장소들을 이끌어 간다고 생각했다. ‘종남 경찰서’라는 대본의 한 단어에서 시작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시대의 분위기를 갖춘 공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재미를 넘어선 감동”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랜 제작 기간만큼 잊지 못할 비하인드도 많다. 일례로 “드라마의 첫 장면에 최불암 선생님이 등장하는 슈퍼마켓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이었다. 너무 낡아서 비가 새는 것을 막으려고 외부 지붕 전체가 두꺼운 비닐 천으로 덮여 있었다. 사실 너무 낡아 보여 배제됐던 장소인데 CG팀의 기술로 자연스러운 한옥 기와집으로 완성됐다. 덕분에 화면에는 정서적으로 훌륭한 장소로 비쳤다”라고 숨은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런가 하면 “1회에 박영한이 뱀을 푸는 식당이 있는데, 촬영팀이 온다고 벽지와 장판이 새것으로 바뀌어있었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큰 배려였지만, 그곳을 선택한 것은 고유한 장소의 분위기 때문이었기에 당황했다. 다행히 장판을 들어내 다다미로 바꾸고 나니 바꾼 벽지 무늬가 썩 잘 어울렸다. 그렇게 촬영은 시작됐고 멀리서 씁쓸하게 지켜보시던 사장님의 얼굴이 생각난다”라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이어 소 감독은 “1958년에서 1962년까지 시간의 변화가 있다. 그에 따라서 소품이나 그래픽의 변화를 주었는데 미세한 세팅의 변화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앞으로 주목할 포인트를 짚었다. “특히 종남 경찰서 내부의 책상, 의자, 캐비닛이 나무에서 철제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전환되고 형사들의 이미지도 더욱 단단해 보일 것이다. 그동안 가려져 있던 ‘빌런’이 표면에 등장하면서 또 다른 큰 줄기의 이야기가 드러나 긴장도가 높아진다. 더불어 수사하는 공간들이 다채롭게 등장하며 시각적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변화하는 지점에 등장하는 공간도 흥미롭다. 초반부 박영한이 살던 단칸방이 청춘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혜주(서은수 분)와의 결혼 이후 신혼집은 안정을 찾는 성인의 모습을 보여준다”라며 “이는 1회에 등장한 노년 박영한(최불암 분)의 슈퍼마켓과도 관계가 있다. 대본상에는 없지만 수많은 추억을 간직한 집을 떠날 수 없어 홀로 지키고 있는 박영한의 설정을 넣어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최종회까지 시청하신 이후에 첫 회로 돌아가 노년 박영한의 슈퍼마켓이 갖는 공간의 정서를 다시 한번 느껴보셔도 좋을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 7회는 오는 10일(금) 밤 9시 50분에 방송된다.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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