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평생을 살아 나가며 몇 개의 흔적을 몸에 남기기 마련이다 어떤 이는 손가락에, 또 어떤 이는 손금이나 손등에 유년의 추억으로 무늬진 상처의 흔적을 또 다른 이는 이마 위에, 혹은 얼굴 한구석에 좀더 뚜렷하고 보다 상징적인 흉자리를 부끄러움 속에 드러내고 어떤 이는 생명을 담보한 수술자국을 옷 속 깊히 갈무리해 두고, 수명을 연장해 준 소중한 흉터를 자랑스럽게 더듬는다
생채기나 상처나 수술자국이나 문신이나 다들 지난 시대 한 사람의 '거죽인생'이 오롯이 살아 숨쉬는 시공을 초월한 개인의 역사적 박물관
세월의 강물에 씻겨 지고 닳아져서 이제는 희미한 형태로 지워진 존재, 과거로 정의되어지는 한 사람의 연대기, 인생길이 수놓아진 상처의 편린들
생의 옹이로 단단히 마름질 된 아주 오래전 상처의 흔적들
새살 돋아 감쪽같이 세월의 성형으로 봉합된 흉터에도 아찔한 한때의 기록은 깊히 각인되어 있다
흉 진 자리는 지난날의 기록이며 오늘의 나를 나답게 이름 매겨 주는 작은 삶의 간이역 순간순간의 현실을 견디게 해 준 상처의 조각들은 과거를 현재로 미래로 밀어 주는 힘 곪아 문드러진 상처에서 싹터 올라오는 삶의 의욕, 또는 한때의 살아 있음에 대한 뼈저리는 자각
내 손가락에 난 아주 작은 생채기도 남의 다리 부러지는 고통보다 나에게는 더없이 크고 내 마음의 깊고 넘너른 속병보다 다른 사람의 얼굴에 생긴 멍자국을 더 비웃는 내가 나는 언제나 슬프다
하나의 상처는 또 다른 상처에 의해 지워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이 세상에 작은 흔적이라도 남기는 거 흉터 하나 없이 말끔한 피부는 밋밋한 생을 담은 사기그릇과도 같지 상처가 어제를 내일로 끌고가는 수레가 될 때도 있으리니 더러는 두서너 개의 아픔을 만들거나 아니면, 마음 한구석에 한두 개의 상흔을 넣어 두고 살아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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