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무슨 빛깔로 가을을 빚고 있을까
미처 다 떨쳐내지 못해 매달고 온 먼지 켜켜이 내려앉은 뭍의 질긴 그림자 바닷물에 드리우다 갈매기 한 마리 솟구쳐 올라 異邦語 몇 마디 남겨 두고 건너편 이름 모를 섬으로 유유히 날아간다 뒤미처 삽화처럼 노을에 취한 물결 가르며 느릿느릿 다가오는 통통배 한 척의 툴툴대는 넋두리에 속내 깊은 바다는 대꾸가 없다 몸집 좋은 바다는 꿈적도 않는다 익숙하게 해면을 스치는 해산한 아낙처럼 가뿐한 해풍은 생활의 먼지 덕지덕지 낀 머리카락 몇 점 건드리며 난바다로 간다, 곧 이 바람은 朔風이 되어 돌아와 삶의 때가 더께더께로 얹힌 어부에게 묵직한 생활의 무게가 실린 疼痛을 주리라
몸은 이미 바닷물에 적셨는데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해저를 쓸고 다니는 쓰레그물의 그물코처럼 이어지는 想念 가끔씩, 정말 가끔은 태풍 때 해변의 바위에 온몸을 밀어붙이는, 부딪혀 하얀 泡沫로 아프게 되살아나는 파도처럼 나이에 혹은 이름에 값하는 눈물도 한두 방울 흘리고 바다의 피부보다 더 실한 믿음으로 만져지는 실팍한 동백나무 한 그루 언제나 五感에 의지하는 짧은 신념이나 진리를 썰물에 흘려보네 몸피를 작게 하고 싶다
바다에 어둠이 풀리면 썰물처럼 바삐 섬을 빠져나가는 뭇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딱, 딱, 딱ㆍㆍㆍ 식어 버린 가슴으로 진하게 박혀온다 그 소리에 하나의 발자국을 더한다
가을바다는 무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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