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장다리꽃
해마다 사월이면 길가 빈터 풀숲 사이 반 백년 버려진 땅, 그 견고한 표피 뚫고 숙명처럼 하늘 향해 노란 함성을 무더기 무더기로 게워낸다
김치가 되지 못한 한을 삼키며 사월의 장다리꽃은 끝내 시들 수 없어 유배의 땅, 남도 척박한 토양에서 되살아나고 오월에 뜨겁게 불타올라 온몸으로 온몸으로 푸른 하늘 보듬고 그날 향한 애탐에 노랗게 샛노랗게 익어간다
서해에서 동해까지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무등산에서 봉하마을까지 온 누리의 빈 터마다 수놓아진 멈추지 않는 노란 부활의 노래
황사 낀 봄 하늘 향해 서쪽과 동쪽 가르는 方言 향해 남과 북을 가로막는 무리 향해 청청한 어울림의 외침을 피워내며 외로운 땅 묵정밭에 아주 작은 꽃씨 남겨 두고 배추장다리꽃은 진다 오월의 남남동풍에 사방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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