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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시) 시와 함께하는 주말, 배추장다리꽃 - 김수현

창작시 열

김수현 기자 | 기사입력 2024/03/30 [11:12]

(단편시) 시와 함께하는 주말, 배추장다리꽃 - 김수현

창작시 열
김수현 기자 | 입력 : 2024/03/30 [11:12]

 



배추장다리꽃

 

 

해마다 사월이면

길가 빈터 풀숲 사이

반 백년 버려진 땅, 그

견고한 표피 뚫고 숙명처럼

하늘 향해 노란 함성을

무더기 무더기로 게워낸다

 

김치가 되지 못한 한을 삼키며

사월의 장다리꽃은 끝내 시들 수 없어

유배의 땅, 남도

척박한 토양에서 되살아나고

오월에 뜨겁게 불타올라

온몸으로 온몸으로 푸른 하늘 보듬고

그날 향한 애탐에

노랗게 샛노랗게 익어간다

 

서해에서 동해까지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무등산에서 봉하마을까지

온 누리의 빈 터마다 수놓아진

멈추지 않는 노란 부활의 노래

 

황사 낀 봄 하늘 향해

서쪽과 동쪽 가르는 方言 향해

남과 북을 가로막는 무리 향해

청청한 어울림의 외침을 피워내며

외로운 땅 묵정밭에

아주 작은 꽃씨 남겨 두고

배추장다리꽃은 진다

오월의 남남동풍에 사방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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