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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시) 시와 함께하는 주말 , 자동차 지붕 위의 은행잎 - 김수현

창작시 열아홉

김수현 기자 | 기사입력 2024/05/04 [08:01]

(단편시) 시와 함께하는 주말 , 자동차 지붕 위의 은행잎 - 김수현

창작시 열아홉
김수현 기자 | 입력 : 2024/05/04 [08:01]

 



자동차 지붕 위의 은행잎

 

 

어깨동무하는 연대의 시대는 가고

빛의 속도로 내달리는 자본의

자본을 향한 제어되지 않는 무한 속도전 속에

우뚝 솟은 빌딩 옥상의 전광판을 흘러가는

찰나의 한때만 남은

여기 이곳 도시 한복판

제한속도를 한참 넘어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숨가쁜 움직임을 따라가던 바쁜 눈동자는

생활 매연까지 더해진 탁한 빛깔의 공기에

질끈, 정지하고 만다

 

이미 오래전에 재개발지구로 지정되었으나

아직 첫삽도 뜨지 못한 골목 어귀에

아무렇게나 주차된 외제 승용차 지붕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은행잎 몇 개

일년의 생을 마감하는 자리로

하필이면 자동차 지붕 위를 택했는지

고민하기도 전에

말끔히 세차된 하얀색 자동차는

늦가을 마지막을 불때우는 햇빛에 눈물이 나도록

찬란히 빛난다

 

천년의 세월, 천년의 사랑

은행나무는 비탈진 모태 자리에 기우뚱하게

서서, 아직 미련으로

남은 몇 개의 이파리를 추억처럼

매달고 한 세기의 시간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넘나드는 광속의

시대를 원시의 시력으로 따라가기

참으로 벅차다

 

공간과 시간이 동행하기 버거운 시대

전통적 시공간의 개념이 희미해진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살아내야 하는 지금

천년의 세월을 살아가는 시간의 나무

은행나무, 자동차 지붕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노란 은행잎 속에

제법 실한 은행 두어 알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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