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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시) 시와 함께하는 주말, 대나무 울타리 마을 - 김수현

창작시 열넷

김수현 기자 | 기사입력 2024/04/12 [14:57]

(단편시) 시와 함께하는 주말, 대나무 울타리 마을 - 김수현

창작시 열넷
김수현 기자 | 입력 : 2024/04/12 [14:57]

 



대나무 울타리 마을

 

 

대나무 울타리 마을에 비가

초록의 봄비가 내린다

울타리 안과 밖으로 나눠진 세상은

서로 다른 빛깔의 빗줄기를 맞이하고

대나무 울타리 마을에서는

담담히, 당연하다는 듯이

손 벌려 비를, 빗물을 받아들인다

대나무는 울타리 안으로, 울타리 밖으로

갈 필요가 전연 없다

갈 수도 없다

태어난 자리, 세상의 안과

세상의 밖을 아우르는 울타리 마을이

대나무 세상의 전부이고

 

봄비 갠 뒤 대나무 울타리 동네에는

여저저기 탯줄이 걸린다

한날한시 똑같은 사주팔자를 타고난

죽순들이 운명공동체를 이루고

어른 대나무는 어린 대나무, 죽순

양육에 팔을 걷어붙이고

손길 내밀어 붙잡아 주고

팔을 들어 나아갈 공간을 가르쳐주고

 

대나무 울타리 마을에는

새집이 없다

기끔 가다 먹이 찾아온 텃새

몇 마리가 남기고 간 여운이 사각사각

녹색 꿈을 만들며 파르르 전율하고

대나무 마디마다 잘록하게 도드라진

생의 의지를 왕성한 이파리 속에 감춰두고

 

사시사철 연록색의 잎사귀

빽빽한 일상의 줄기 덤불 이뤄서

자연친화적인 대나무 울짱

인간편의적인 대나무 울짱

대나무의 천국 대나무 울짱 마을에

60년만에 피어난 대나무꽃

두 송이 웃고 있는 대나무 울타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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