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하루 무덥던 초여름 동생을 남동생을 부모님 가슴에 묻고 내려오는 길 무심한 땡볕은 얉은 옷 뚫고서 온몸으로 파고들어 폐부까지 찌르고 말라붙은 눈물자국 너머로 유월의 신록은 찬란히 빛난다 부모 앞서 가는 자식이라 봉분조차 변변히 갖춰주지 못하고 미처 다져지지 않은 어설픈 묘지 삼우제도 지나지 않은 세월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러야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아니아니 죽어서도 잊지는 못하겠지 얼마나 또 수많은 일을 겪어야 40년 추억을 온전히 놓아줄 수 있을까 아니아니 죽어서 다시 만나 우리 오누이 400년의 추억을 다시 쌓아야지 장맛비가 장대비로 내리는 초여름 어미 잃은 청개구리의 애끓는 노래가 부모님 한숨에 섞인 한보다 더하려나 신라시대의 제망매가가 이내 심정을 대신할 것인가 이승의 우산 한 개로 다 덮히는 저승의 너의 집이 참으로 아름다워서 슬픈 여름날 묘지 옆 나무에 앉아 지지배배지지배배 명랑한 노래 부르고 춤추는 이름 모를 작은 새 한 마리 총총총 이 나무 저 나무 따라 큰길까지 배웅하는 나뭇가지의 여운을 안고, 남동생이 오롯이 묻힌 부모님 따라 집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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