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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시) 시와 함께하는 주말 , 가로수 길에서 - 김수현

창작시 열하나

김수현 기자 | 기사입력 2024/04/05 [18:32]

(단편시) 시와 함께하는 주말 , 가로수 길에서 - 김수현

창작시 열하나
김수현 기자 | 입력 : 2024/04/05 [18:32]

 



가로수 길에서

 

 

한여름 이른 아침

가로수 사이 길에 서 보라

일찍 일어나 먹이 찾는 새들의

합창을 들을 수 있고

희뿌연 아침이 동녘에서 떠오는 시간

가로수 이파리 사이에서

빛나는 새벽의 아름다움을 마주하리

 

한여름 한낮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 보라

이 가지 저 가지 사뿐히 옮겨 다니며

분주히 비를 장만하는 바람의 손길을

볼 수도 있고

혹시 운이 좋거나 귀가 밝으면

午睡를 즐기는 나무의 꿈 이야기를

엿들을 수도 있으리

 

한여름 해질녘

가로수 길 아래 벤치에 앉아 보라

하루를 마감하는 신록들의

즐거운 만찬에 초대 받는 행운을 누리고

팔베개하고 낮 동안의 피곤을 누이면

가로수의 짙푸른 잎사귀 사이로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

따라 오래전부터 꿈꾸는 곳으로

여행하는 행복이

하루의 덤으로 주어지리니

 

여름날 아무 때나 가로수 곁으로

가보라 혼자서도 좋고

둘이라면 더 좋고

핸드폰의 이어폰은 꺼두고

오월보다 더 짙은 유월의 신록이

연주하는 노래를 들으며

시를 낭송하거나 책을 읽어도 좋은

가로수 길에는

사색과 명상의 시간이 있고

내일의 행복으로 가는 통로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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