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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시) 시와 함께하는 주말 , 월포, 그해 초겨울 - 김수현

창작시 아홉

김수현 기자 | 기사입력 2024/03/30 [11:11]

(단편시) 시와 함께하는 주말 , 월포, 그해 초겨울 - 김수현

창작시 아홉
김수현 기자 | 입력 : 2024/03/30 [11:11]

 



월포, 그해 초겨울

 

 

절망을 낚았다 언제나 처럼

의식의 수면 위로 잘 건져지지 않는

희망, 혹은 미래

쉬이 스러지지 않는

깜깜 하늘의 무심한 뭇별 바라다

서쪽 바닷물이 남쪽 바다를 돌고 돌아

동쪽 바닷물과 몸을 섞는

월포 앞바다에서

가끔씩 신음하며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밤바다 깨워

술 한 잔 따라주고

담배도 한 개비 불 붙여주고

 

캠프파이어가 끝나고

몇은 남아

사그라지는 모닥불 주위에 앉아

이제는 낡고 진부해 버린

지난 시대의 전설을 이야기했다

누군가 파도에 실려온 잔가지를 주워

불밥으로 던져주었다, 그때마다

잉걸불에서 불티가 튀어 올라

어두운 허공으로 사라지고 사라지고

벌써 취한 한 녀석은

왜 이리 캄캄하냐며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마지막 남은 나무가 타들어갈 때

우리는 흘러간 노래에 끝내 울먹이며

백사장 모래알을 한 움큼씩 바다에 흩뿌렸다

 

새벽바다가 문을 열기도 전에

발동선이, 난류와 한류가 어우러지는

너른 황금어장으로 찬 공기를 가르며 달린다

거쿨진 어부가의 가락을 타고

밤새 내, 삶의 터전

생명의 바다에 던져두었던 그물을 건져내면

오늘의 태양은 두리둥실 수평선에 떠오른다

 

새벽녘까지 간신히 타올랐던

모닥불 주변에는

아무렇게나 빈 술병이 나뒹굴고 

월포방파제에 저 혼자 드리워진

학꽁치 한 마리 낚지 못한

무심한 릴낚시를 걷어내면

바늘 끝에 매달린

햇빛 한 알 세상 속으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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